獨 기업가의 '발상의 전환'…케이블의 기준이 되다 (머니투데이 2013년 12월 기사)

獨 기업가의 '발상의 전환'…케이블의 기준이 되다

[유럽 혁신기업으로부터 창조경제를 읽다⑤]세계적 케이블 제조업체 LAPP…"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어떻게 하면 매번 케이블을 외피에 꼬아 넣어야 하는 귀찮은 방법을 개선할 수 있을까?"

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에 5년간 포로로 끌려가기도 했던 독일의 한 청년은 1957년 스스로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당시 산업 발전과 함께 케이블에 대한 수요는 많았지만 케이블 시장의 체계는 빈약한 상황이었다. 특히 모든 케이블이 검은색으로만 이뤄져 제품에 케이블을 꽂을 때 불편함이 많았다. 어떤 전선에서 어떤 전류가 흐르는지 구분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 청년 오스카 랍(Oskar Lapp)은 '발상의 전환'에 나선다.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케이블을 색깔별로 분리하자". 단순한 아이디어였지만 그 누구도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OLPLEX라는 브랜드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오스카 랍이 자신의 성을 딴 케이블 제조업체 랍(LAPP)을 창업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1957년 설립된 랍은 지난해 매출액 8억6000만유로(약 1조2000억원)로 전 세계 케이블 시장 점유율 25~30%를 차지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1987년 오스카 랍이 사망하면서 그의 아들인 안드레아스 랍(Andeas Lapp)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본사에서 만난 안드레아스 랍 회장은 회사의 경쟁력을 명료하게 설명했다.

안드레아스 랍 회장은 "우리는 OLPLEX라는 케이블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성공의 원동력을 얻었다"며 "1957년 OLPLEX를 개발할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회사의 핵심가치는 시장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며 "우리 회사의 궁극적 목표는 고객 만족"이라고 덧붙였다.

랍의 성공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대목이 있다. 바로 해외진출이다. 랍은 1979년 미국시장에 진출한다. 당시 독일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비교적 일찍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셈이다. 꾸준한 해외시장 개척으로 랍은 현재 전 세계 15개의 생산공장과 100여개의 대리점, 40개의 영업점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도 2000년에 진출했다.

안드레아스 랍 회장은 "미국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부품 시장이기 때문에 미국시장 진출은 필수적이었다"며 "중소기업이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나갈 수 없지만 랍은 비교적 일찍 해외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의 기준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을 팔 수 있는 곳,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진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안드레아스 랍 회장과의 일문일답.

-고객의 요구는 어떤 방식으로 얻고 있고 어떻게 적용하는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만명 이상의 직원들과 파트너들이 우리 제품에 대한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임무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데 그치지 않는다.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듣는 게 더욱 중요하다. 이렇게 접수된 고객의 요구는 바로 제품에 적용한다. 랍이 보유한 4만개의 제품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개발됐다.

-창업 이후 회사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위기는 없었나?
▶OLPLEX가 처음 개발됐을 때 케이블 규격에 대한 법적인 조항이나 양식이 없었다. OLPLEX가 개발되기 이전에 사용되던 제품에서 OLPLEX로 바꾸기 위해 고객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창업 초기에는 제품 배송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위기들을 극복하면서 이제는 OLPLEX가 전 세계 케이블의 '스탠다드 제품'이 됐다.

-50년 넘게 가족경영을 하고 있다. 가족경영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의사결정이다. 단점은 가족들 안에서의 문제다. 가족들 간의 문제가 회사 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랍의 경우에는 가족들끼리 회사에서 대립하지 않기로 다짐한 상황이다. 가족 중에서도 각자의 능력이 다른데 이를 회사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고민하고 있나?
▶부친 세대때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봤을 때도 우리가 진출한 사업영역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도 또 다른 사업으로의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선결조건은 있다.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한 충분한 자본력이 있는지 여부다. 자본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새로운 영역으로의 투자를 보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랍의 핵심역량은 무엇인가?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다. 항상 고객이 만족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