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칼럼] 외투기업과 ‘1촌1사’ 결연 맺기 (중부일보, 2011.7.27)
외투기업과 ‘1촌1사’ 결연 맺기
지난 7월 7일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금의리의 한 농작물 창고에서 조그만 행사가 열렸다. 원래는 석포리 마을회관에서 하려던 것인데, 장맛비로 인해 좀 더 넓은 실내 장소를 찾아 옮겨졌다. 장대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행사장을 꽉 채웠다. 경기도청과 도의회, 화성 시청, 장안면의 입법-행정 관계자와 관련 외국인 투자회사, 그리고 마을의 주인 되시는 많은 동네 어르신들이 함께 자리했다. 바로 “1촌1사 결연 맺기와 주민과의 어울림의 장”이었다.
우리 회사를 비롯해 장안 첨단산업단지의 외투기업 3개사와 산업단지 인근 마을과의 결연을 기념하는 이날 행사에 참석하면서 나는 왠지 지역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6년이 넘도록 지역 주민들의 땅에 전세 들어 살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인사 드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식순을 마치고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한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매일같이 일을 위해 다니던 우리 회사가 이 지역 주민들에겐 삶의 터전이고 이웃 동네라는 깨달음이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에게 이제 외국인 투자기업은 아주 익숙한 존재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이 1만개를 넘어섰고, 국내산업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도약기인 60년대부터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있었지만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진 것은 IMF사태로 대변되는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이다. 이를 계기로 외국인 투자유치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1998년이후2010년까지의 투자유치실적은 1998년 이전 총액의 6.5배에 달한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는 기술이전과 글로벌 사업으로 인한 국제경쟁력 강화, 안보효과, 고용창출, 자본수지 개선 등의 선순환 효과와 더불어, 무엇보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가시적인 효과가 있다. 그래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더 많은 FDI를 자기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외국인 투자에는 반외자(反外資) 정서도 따른다. 최근 언론에 의해 부각되었던 몇몇 해외명품기업들의 인색한 사회공헌에 대한 보도는 단편적인 예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에 비해 국내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기부금은 매출액의 0.1%에 불과한 수준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소홀하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투자 글로벌기업은 본사의 지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금 후 수익을 본사에 배당하는 것은 당연한 본사(주주)의 권리이고 서구기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부에 내는 세금으로 이미 일정부분 사회에 기여했다는 인식도 있다. 배당 외에 실질적으로 외국인 현지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국내사업 발전을 위한 추가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과 재투자에 할당해야 하는 현지 외국인기업에게 사회공헌을 요구하는 것은 토종기업보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물론 해외기업도 글로벌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한국시장뿐 아니라 글로벌시장 단위로 사회공헌을 한다. 하지만 본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사회공헌은 한국의 영업단위 지역주민에겐 체감하기 어려운 얘기일 수도 있다.
7월 초의 작은 행사는 필자에게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기업의 사회공헌이 마음가짐에서 시작될 수 있고 또 우리의 일터가 있는 지역 공동체(community)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영어에서 공동체를 뜻하는 커뮤니티(community)의 기원은 ‘선물’을 뜻하는 라틴어 뮤누스(muns)와 ‘함께’, ‘더불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쿰(cum)이라는 낱말의 결합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결연식을 맺으면서 작은 선물을 나누었으니 사전적으론 이미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진정한 공동체로 가꾸어 나가는 일은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다.
마지막으로 “외투기업 투자촉진 행정지원” 조례를 통해 외투기업과 지역사회간의 상생발전을 위한 행정.재정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행사의 장을 열어주신 경기도 의회와 경기도청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송상갑/경기도외투기업협의회 부회장, 랍코리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