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칼럼] 독일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 (중부일보, 2011.5.18)
독일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
지난달 독일 본사 추천으로 인턴사원 한 명이 회사에 들어왔다. 누르팅겐(Nurtingen)대학에서 에너지자원관리를 전공하고 있는 독일인 여학생이다. 대학 4학년인 그녀는 이제 다섯 번째 인턴교육 프로그램을 독일 회사이긴 하지만 한국에 있는 작은 자회사에서 받고자 입국했다. 앞으로 공장이 소재한 발안에서 6개월 동안 일할 계획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 회사에서 인턴교육을 마치고 돌아간 교육생 중에 특별히 프랑크 지거(Frank Seeger)라는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슈투트가르트(Stuttgart)대학 졸업반이었는데, 공장 실무에 적극 참여하여 회사에 많은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기숙사에서 직원들과 같이 생활하며 언어장벽을 뛰어넘어 활발히 어울렸다. 사람들과 많은 정을 나누었고, 돌아갈 즈음엔 한국 사람이 다 된 것처럼 한국사정에도 밝았다.
프랑크는 대학 4년 동안 가이거(Geiger), 지멘스(Siemens), 발레오(Valeo), 보쉬(Bosch), 랍코리아(Lapp Korea)에서 인턴교육, 대학생 트레이닝 등 다양한 직업 경험을 쌓았고, 지금은 보쉬(Bosch)에서 근무하며 전공인 자동차 전기공학 부문 지식을 살려 미래의 꿈을 펼쳐나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태양광 전선을 국산화하여 생산-수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우리 회사는 개발과 생산 인력 충원을 위해 대졸 신입사원을 계속 찾고 있다. 외투기업이지만 회사 지명도가 그다지 높지 않고, 한국 내에서의 사업규모나 근무조건이 중소기업 수준이라 그런지 필요한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사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사 지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올해 1•4분기 말 현재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대졸 인구가 3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3월 초 중부일보가 기획 보도한 “대졸자는 ‘취업난’ 도내중기 ‘인력난’”기사에 따르면 경기도내 청년층 실업자는 6만9천 명인데, 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은 7만4천 명으로 구인이 구직을 웃도는 기묘한 양상이다.
어렵게 받은 구직자들의 이력서를 추리다 보면 또 다른 답답함이 느껴진다. 요즘 우리 대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가 어쩌면 그리도 한결 같은지. 전공에 대한 지식습득과 능력 배양보다는 취업을 위한 각종 점수 쌓기에만 매달리고 있다. 1년간의 해외 연수는 이미 교양필수가 된 모양새다.
생소하고 먼 나라의 중소기업을 마다하지 않고 한국에 나와서 그들 나름의 스펙을 쌓아가는 독일인턴학생들을 보자. 그들은 첫째, 자신이 목표로 삼고 있는 직업-직종을 중심으로 직장생활을 경험하고 배운다. 둘째, 대기업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회사와 지역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셋째, 적은 돈이라도 경제 활동을 통해 벌어들여 자신의 경력개발비용을 충당한다. 이렇게 해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력을 대학 밖에서 꾸준히 쌓아나간다.
물론 독일이 가진 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 간 유기적인 교류와 정부의 기반조성을 위한 정책도 그들의 활동에 도움이 되었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 젊은 대학생들의 자아실현과 성공에 대한 인식에 주안점을 두고 싶다. 선배들이 경제성장기를 거치며 누려왔던 보편적 성공구조는 지금의 젊은 학생들에게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스펙을 갖추었어도 원하는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앞으로의 성공구조는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도덕경(道德經)에서 노자는 ‘반자 도지동(反者 道之動)’이라 했다. “거꾸로 가는 것이(反者) 도의 운동성(道之動)이다”라는 생각이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당장은 옳을 수 있지만 영원히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주체는 바로 ‘나’이어야 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성공 목표를 위한 차별화된 취업 준비, 자신에게 맞는 성공 직장의 선택에 있어서 중소기업은 차선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역발상이 될 수 있다.
송상갑/경기도외투기업협의회 부회장, 랍코리아 대표이사